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 인이다. Nous sommes tous des Palestiniens.

7월 19일 이스라엘 가자지구 학살 규탄집회 후기

이번 주말 세계 전역에서 이번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야만적인 학살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가 진행되었고, 그 어느 나라의 수도에서도 이를 불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파리 경시청은 불허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텔 아비브에서조차도 이 집회가 진행되었는데 파리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걸까요. 집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정당은 반자본주의신당 NPA 단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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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허된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메트로 Barbès Rochechouart 역 일대에는 대략 경찰추산(천명남짓)의 약 열 배정도 되는 시위대가 모였습니다. 같은 날 프랑스철도노조의 대형시위가 또한 진행되고 있었음을 본다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시위대는 원래 계획대로 오페라 지구까지 가두행진을 강행하려 했지만, Barbès 지구에서 밖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경찰들이 막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만행에 더하여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파리시의 집회불허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의 분노를 그만큼 더 크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시위대는 당연하게도, 그리고 정당하게도 그만큼 더 분노를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시위가 격렬해 지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고 저로서는 이것이 공권력에 의해 연출되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득을 보는 건 어떤 이들일까요. 

오후 네시경, 대형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시위대의 선두가 행진을 시작하려하자 바로 경찰들이 막아섰고, 목적지인 오페라 지역까지 도착하기는 커녕 바로 옆 파리 북역으로 가는 길부터 완전봉쇄되어 있었습니다.  경찰들이 미처 대열을 갖추기 전에 북역 앞길에 도착한 시위대의 일부는 본대에 합류하려 했으나 경찰이 막았고 이를 뿌리치고 가려는 시위대에게는 스프레이를 쐈습니다. 공권력이 시위대의 분노를 의도적으로 자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도대체 왜  파리 시내에서 또 하나의 가자 지구를 만드는걸까요.

경찰 저지선을 마주한 시위대의 선두는 이성을 상실한 법집행은 무시할 수 밖에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경찰은 이들을 물러서게 하기 위해 최루가스 스프레이를 뿌렸습니다. 이스라엘 국기가 불에 타고, 경찰 저지선을 향해 돌이 날았습니다. 바로 엄청난 양의 최루탄이 발사되었고 몇명의 시위대가 연행되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마지막 청년이 마지막 돌을 던지고 자리를 뜰 때까지 Barbès 지구를 덮은 최루가스의 구름은 걷힐 새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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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지를 비롯한 프랑스의 주력언론들이 증언하듯 집회는 평화롭게 시작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혹여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넘쳐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전당적인 집회참여는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던 NPA당원들은 가두투쟁이 물리적인 양상으로 접어들자 역시 같은 이유로 시위대와 함께 돌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공권력이 흘러넘쳤으니까요.

Barbès역 주변에 갇힌 시위대는 철로에 진입하여 역을 지나는 전철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만약 대규모의 시위대가 지상 이십미터 위에 얹혀있는 철로를 통해 Barbès지역을 벋어나려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 절박한 시도는 다행히도 무산되었지만 파리 경시청의 이번 불허결정은 이런 위험한 가능성을 무시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천인공노해야할 일입니다. 

삼십여명의 연행자가 있었고 몇 명의 경찰이 다쳤습니다.  Barbès역 앞 주말 노천시장을 위해 준비된 천막들은 시위대의 시위도구로 쓰였습니다. 최루가스를 뒤집어 쓴 시위대는 거리의 소화전을 부수어 쓰라린 눈을 씻었고, 쓰레기 더미위에 불을 놓아서 최루가스를 하늘 위로 밀어올렸습니다. 어제 오후 파리시내는 33도였습니다. 아마 Barbès 지역은 더 뜨거웠겠죠. 경찰이 쏜 최루탄을 직격으로 맞아 보라색으로 멍든 배를 쓰다음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시위대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와서 걱정을 하자 움직일수는 있는걸 보니 안에 장기들이 다 온전한것 같다고 하더군요. 몇 센티만 위에 맞았어도 갈비뼈가 부러졌겠지요. 

시위 직후 파리 시장 안느 이달고 는  “공화국의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평화롭게 자신의 주장을 하라”는 투의 논평을 냈습니다. 집회 불허조치가 얼마나 공화국의 가치와 윈칙을 존중한 것이었는지부터 스스로 대답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전선 FN은 공권력 집행의 엄정하지 못함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극우정당에서나 낼만한 성명이라 평할 수 있겠습니다. 암튼 둘이 박자가 묘하게 잘 맞았습니다.

정당한 가두행진을 불허당한 시위대가 자신들이 점거한 공간을 파괴하는 것은 완전히 논리적입니다.  이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비윤리이자 폭력입니다. 가자 지구에서의 학살이 멈출때까지 비슷한 상황이 매 주말 벌어질 것 같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한칼에 해결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주 조그마한 해결의 실마리라도 잡기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전제가 공유되어야 합니다. 무슨 토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실의 인정일 뿐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벌이고 있는 짓은 ‘시오니즘’의 가치를 제외한다면 그 어떤 기준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학살이자 인종청소입니다.

 

추가. 어제 놀랐던 점들.

- 시위대열에 아시아인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같이 갔던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단 한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유대계 프랑스인 중에도 이스라엘을 규탄하기 위해 참여한 이들이 즐비한데, 짓궂은 농담으로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있다는 중국인들도 어제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만명 단위가 모인 집회의 대오를 제가 다 파악했을 리가 없으니, 제가 못본 것이기를 바랍니다.

- 누차 강조하지만 파리 경찰의 대응은 터무니없이 과할 뿐만 아니라 야비했습니다. 시위대가 최루가스와 경찰의 연행을 피해 흩어지고 전선이 골목 안쪽 작은 길들로 옮겨지자 더 노골적. 보는 눈이 적어지니까. 경찰이 탄 사제차가 능청스레 다가온 후 급발진하여 시위대를 들이받는 장면을 여러차례 목격했습니다. 셔터를 내린 건물안에 경찰이 들어가서 시위대 뒷쪽으로 통하는 문을 몰래 열고, 눈물을 흘리며 숨을 고르는 중인 시위대의 머리위에 최루가스를 뿌리고 도망가는 따위의 얍쌉한 짓은 도대체 뭔지. 시위대의 증언에 의하면 아랍계, 아프리카계가 많은 파리 변두리 젊은이들의 시위는 이제 항상 그렇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기 전에, 시위의 과열양상을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제어해야할 경찰이 상황을 악화시키는데 앞장서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 최루탄.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보다 매우 약합니다. 거의 숨이 막혀서 침을 줄줄 흘리며 기절 직전까지 가는 편이었는데 어제는 눈물이 몇번 나는 정도였으니까요. 아랍,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은 동네여서 그런지 인근 상인들도 명백하게 시위대에 호의적이었는데 눈이 매운 이들을 위해 생수와 우유를 내왔어요. 아, 여기 사람들은 최루가스를 심하게 뒤집어 쓴 경우에는 우유로 씻어내더군요.

- 시위대가 완전히 흩어져서 한참 추격전의 모드로 전개될 때 목격한, 뭐랄까 프랑스 적인 장면. 연세가 80은 족히 넘어보이는 등이 굽은 할머니께서 하필 시위대와 경찰들의 사이로 길을 건너가시게 되었는데, 흥분상태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그 다급한 상황에서도 그 작은 노인에게 예의 바르게 지금 상황이 이러이러하니 정말 죄송하지만 저쪽으로 돌아가시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그런데 가는귀를 잡수신 할머니는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신 채 가던 길을 고집하셨습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펴고 흔들며 경찰에게 “이 할머니가 지나갈 때까지 멈춰라”고 외쳤고, 경찰이 타고 있는 사제차와 진압전문경찰들은 멈췄습니다. 시위대는 동료중 한명이 할머니를 길건너 바깥쪽까지 모시고 나가자마자 줄행랑을 쳤고 경찰은 쫓아갔습니다.

 

2 Comments on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 인이다. Nous sommes tous des Palestiniens.

  1. 내일 집회에는 저도 나가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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